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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공간

[영국 어디 갈까] 처칠의 안식처 차트웰 (feat.블랙스완)

by sereneuk 2025. 3. 8.

윈스턴 처칠(1874-1965)이 태어난 곳을 먼저 방문했었다. 두 번 방문 후, 부모님 모시고 다시 갔다. 블레넘 궁전(Blenheim Place)이라는 곳으로 정말 궁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공을 치하하고자 제1대 말버러 공작 존 처칠에게 바칠 헌납품으로 지어졌다. 영국에서 가장 큰 궁전 중 하나로, 실제 방문하면 그 규모와 화려함이 어마어마하다. 

블레넘 궁 전경. 보이는 곳이 전부가 아니다.

 

1874년 이 블레넘궁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윈스턴 처칠이 말버러(Marlborough) 명문 귀족 출신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통 귀족 가문에서는 신분이 높을수록 이름이 긴데, 처칠의 이름은 윈스턴 레너드 스펜서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이다. 짧지 않다.

 

하지만 처칠은 잘 알려져 있듯, 60년 이상 정계에 있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끌고 히틀러의 유럽 지배를 막은 전쟁영웅이자 전시총리였다. 그런데, 총리는 귀족 작위가 없는 사람들이 출마하는 하원(House of Commons) 출신만 가능하다. 음? 처칠은 귀족 아니었나..?  

 

처칠은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세습 귀족(hereditary peer)은 아니었다. 이를 젠트리(gentry) 계급이라고 한다. 가문의 휘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받은 상류층이지만 귀족으로서의 공식적 지위는 없는 계급이다. 

 

처칠은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뜻을 두었고, 그의 아버지도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하원의 길을 걸었고, 결국 총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계 은퇴 후, 1959년 '처칠 남작(Baron Churchill)'이라는 귀족 작위가 주어졌고, 그의 아들은 이를 받아 상원의원이 됐다.)

 

처칠이 한창 정치 활동을 하던 시절, 1921년 영국 남동쪽 켄트(Kent) 주에 위치한 차트웰(Chartwell)을 처음 방문했다. 그 이듬해, 그는 바로 이곳에 본인의 안식처를 마련해 여생의 40여 년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오늘 리뷰할 곳은 바로 이 차트웰이다. 

 


차트웰(Chartwell)

윈스턴 처칠이 머물던 집. 역시, 보이는 건물이 다가 아니다.
 

 

영국 켄트 지역에 위치한 차트웰은 윈스턴 처칠의 오랜 거주지이자 그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장소다. 영국의 전설적인 지도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집필 활동과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현재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 의해 관리되며, 많은 방문객들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부지 면적은 약 32헥타르(320,000㎡/약 96,000평)로, 아름다운 정원과 숲, 호수,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섬까지 포함되어 있어 넓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내셔널 트러스트 회원으로 여러 곳을 방문해 보고 있는데, 차트웰은 특히 주차된 차가 많아 놀랐다. 약 250여 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주변 영국인들 모두 여기 모였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차량이 많았다. 그만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위 사진에 보이는 처칠의 집은 시간 별로 지정된 입장권을 별도로 티켓오피스에서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처칠의 집(House)으로 가는 길 

차트웰 지도. 우측 하단 갈색 건물이 처칠이 주로 시간을 보내던 집이다.

 

거주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카페를 지나, 양 떼도 만나고, 연못도 보고, 새도 만나고, 꽃도 보고, 나무도 보다가... 블랙스완도 만난다.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를 선사한 블랙스완 두 마리.

 

차트웰의 역사와 배경

차트웰은 1922년 처칠이 구입한 이후, 40년 이상 그와 그의 가족이 거주한 곳이다. 원래 16세기에 지어진 이 저택은 여러 차례 개조되었으며, 처칠은 이곳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자신의 철학과 취향을 반영한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주변의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은 그가 직접 설계와 조경에 참여한 결과물로, 자연을 사랑했던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

 

차트웰에서 만나는 처칠의 흔적

차트웰 곳곳에서 처칠의 삶과 업적을 느낄 수 있다. 처칠은 정치가이자 뛰어난 작가로도 활동하며,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었다. 주요 저서는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The Second World War)과 《영어권 민족의 역사》(A History of the English-Speaking Peoples)가 있다. 그의 서재에는 직접 쓴 원고와 연설문, 다양한 서적들이 보관되어 있으며, 차트웰 부지 내 별도 스튜디오에서 500점 이상의 유화를 그렸다. 차트웰 내 카페 등에는 처칠의 그림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주로 풍경화와 건축물이 많으며, 박물관과 경매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침실과 거실, 그리고 가족이 머물렀던 공간들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마치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처칠의 서적이 담긴 라이브러리

 

생전에 수여된 보물급의 훈장, 선물, 보물 등도 전시되어 있다.

 

정원과 자연 속에서의 힐링

차트웰의 또 다른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다. 넓은 정원과 연못, 그리고 언덕을 따라 펼쳐진 산책로는 방문객들에게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정말 좋다) 특히, 처칠이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졌던 연못과 장미 정원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블랙 스완! 

 

차트웰은 처칠이 자신의 삶을 보낸 개인적인 공간으로, 블레넘궁의 화려함과 대비되는, 보다 소박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물론 유지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블레넘이 처칠의 출생지이자 가문의 위상을 상징하는 곳이라면, 차트웰은 그의 내면과 철학을 반영한 안식처라고 할 수 있다. 처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사랑했던 공간과 자연이 어떻게 그의 인생에 영감을 주었는지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재에 걸려있던 젊은 시절의 처칠 초상화